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셨는지요?
얼마전에 있었던 산뜻한 경험을 올려봅니다.
흔한 시골의 은둔고수와 본격 드라이빙 머신으로 불려도 손색없을 포텐샤에 관한 얘기입니다.
때는 약 한달 안쪽으로 전입니다. 퇴근길에 드라이브가 급 땡겨 40분 코스로 돌았고, 회사 근처가 시골이라
약간의 직선과 고속코너, 저속 급코너 등이 적절히 섞인... 아주 전형적인 시골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였죠.
보통 차들보다는 좀 빠른 속도로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는데, 저 앞에.... ㅡㅡ 모양으로 낮게 깔린 테일램프를 가진
검정색 차가 보이긴 하는데, 그것도 꽤 빠른데, 당췌 이게 가까워지지가 않는겁니다. 거리는 약 100미터정도였죠.
보통 이 도로에서 80~120키로 사이로 다니면 앞차들 여럿 추월해야 하는데 이차는 당췌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ㅡㅡ 자로 트렁크리드 하단에 낮게 깔린 브레이크등 모양만 보고 여러가지 차를 추측하기 시작합니다.
예전 그랜져? 크레도스? 뭐지? 이런 추측을 하면서 앞차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그 차에 다가가보기로 합니다.
다른 글에 올리긴 했지만 제 차는 아베오 1.6 수동입니다. 망할 선택을 하여 타이어는 넥센 CP672이지만,
17인치휠에 평편비가 45, 폭은 205이고, 단단한 하체세팅으로 코너링 실력은 발군은 아니지만
나름 잼나게 탈만하죠. 제 운전실력은 못믿지만 차를믿고 따라가봅니다.
속도를 더 내고, 라인을 좀 더 타이트하게 타고, 하여 겨우겨우 따라붙었는데 그 차는 바로....
(출처 : 두피디아)
포텐샤였고, 아마 위 사진 즈음의 연식이었을겁니다. 조금 놀랐습니다. 포텐샤를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차는 달리기용 차가 아니었고, (구 그랜져, 다이너스티 포함) 이당시의 차들은 대부분 승차감을 위한
출렁이는 물침대 서스 세팅이었던데다, 차량 연식으로 인한 하체 내구성 저하도 있을테고, 결정적으로,
이 차는 관리상태가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완벽한 관리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코너에서도 엄청난 쏠림을 보였고, 코너중 요철을 만나면 뒤가 엄청나게 요동을 쳤습니다.
물론 속도도 있었으니 더 그랬겠지요. 뒤에서 보는 저는 엄청 불안해보였는데 그래도 이 고수님은
쏠리고, 출렁이는 포텐샤를 컨트롤해가며 코너 하나하나를 빠르게 돌아나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가 약간 전투모드로 돌입한게.....
지금까지는 (아베오 1.6 5단 수동차량의 높은 기어비로 인하여) 60~120이상까지 5단넣고 그냥 따라갔는데,
과감하게 4단으로 쉬프트다운하고, 본격적으로 따라갑니다. 지금 거리는 약 20~30미터정도를 유지했으나,
좀더 따라붙어봅니다. 운전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밤이라 그런지 안보이네요..ㅠㅠ
더 가까이 붙어보니, 이 고수님의 독특한 코너링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6:4 코너링의 법칙....
이게 뭐냐면 완만한 코너를 제외하고, 코너 각이 좀 있는 코너들은 대략 스티어링휠을 6정도 우선 돌려서
진입한 뒤, 다시 나머지 4정도를 더 돌립니다. 그리곤 산뜻하게 CP를 공략하고 빠집니다.
정석적인 아웃 - 인 - 아웃이 아니라, 아웃 - 미들 - 인 - 아웃정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절대 급하게 가속하거나 감속하지를 않습니다. 6:4 코너링의 법칙을 지키며, 모든 코너를
엑셀 온오프로 속도를 조절하며 달린 것입니다. 진짜 급한코너 빼고는요.
이런 드라이빙으로 모든 코너를 물흐르듯 빠져나갔고, 좌우 롤링은 있으나 앞뒤 피칭을 조절하며,
최대한 네바퀴에 고루 접지력을 분산시키며 달리려는 의도 같았습니다.
6:4의 코너링 법칙은 일단 6으로 살짝 돌려 바깥쪽 두 타이어에 하중을 집중시켜 눌러놓은 상태에서
다시한번 핸들을 돌려 라인을 잡아가는, 한마디로 편평비가 높은 타이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이 고수님 특유의 테크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부턴가 저도 따라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는 약 80~100정도, 앞차와의 거리는 5미터정도, 이 간격을 유지하고 따라갑니다.
코너 하나하나가 손에 땀을 쥡니다. 앞차가 6을 틀면 저도 6을 틀고, 추가로 4를 더 틀면 저도 4를 더 틉니다.
왠지 코너링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습니다. 10분정도를 이렇게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속도를 많이 낸 것은
아니라 직선에서는 추월이 가능했지만, 이 고수의 코너링을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힐앤토까지 써야 한다거나, (물론 힐앤토도 잘 못하지만) 아니면 가속과 코너링, 브레이킹 배틀까지 요하는
급박한 배틀은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보는 코너링 스킬에 감탄하며 나름 손에 땀을쥐고 따라갔습니다.
스키드음까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코너링 스피드 자체는 꽤 빨랐고, 특히 포텐샤의 크기와 서스펜션 세팅을
고려했을 때는 정말 빨랐거든요.
그렇게 그 포텐샤 뒤를 따라가면서 코너링 스킬을 습득하고 있던 찰나.....
앞차의 창문이 열리고는 녹색 스냅백의 모자창이 보입니다. 어! 젊은 사람인가? 아니 어떻게 이런 스킬을..
이라는 생각과 함께 고수님의 얼굴을 보고싶어 살짝 왼쪽으로 삐져나오는 순간.....
캬~~~악 퉤이~~~~~~~~~~~~~~ 뭐지? 하는 순간 제 차 앞유리에 찰싹!! 하고 부딪히는 걸죽한 엑기스...ㅠㅠ
앞차는 일단 고수는 맞습니다. 그러나 녹색 스냅백의 젊은 고수는 아니었습니다...ㅠㅠ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정리하자면,
1. 고수의 정체 : 녹색 스냅백의 젊은 고수가 아니라, 녹색 새마을모자(챙 안접으신) 어르신...
녹색 스냅백으로 보인 모자는 대략 새마을 모자같았습니다. 챙이 평평해서 스냅백인가? 했는데 안접은거고,
앞유리에 액기스를 맞아 빈정상해 추월하면서 보니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었고, 녹색모자에 노란 글구라면
거의 100% 새마을운동 모자입니다...ㅠㅠ 시골에선 종종 보이죠.
2. 고수의 드라이빙 스킬 : 오랜시간 동일차량을 운전하면서 체감적인 습득으로인한 인차일체의 경지 + 약주.
추월하면서 열린 창문으로 봤을 때 전 느꼈습니다. 이분 약주한잔 거나하게 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요.
이상하게 좌우로 좀 비틀댄다 싶었는데, 저는 이분의 6:4 코너링에 반하여 이것을 코너링에서 라인 선점을 위한
뒷차 경계 + 오래된 차령으로 인하여 일자로 곧은 주행이 불가한 점 때문으로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어리석었죠. 다만 약주를 다소 하셨어도, 이 차의 연식으로 볼 때 최소 15년 이상 운전하셨고, 이 도로도
그만큼 많이 다니셨을겁니다. 약주로 인한 판단력 미스를 손과 발의 기억과, 체감의 기억에 의지하여
이만큼이나 빠르게 공략하셨을 겁니다. 물론 댁에도 빨리 가시고 싶으셨겠죠. 그래도 약주를 드신 상태에서,
이렇게 빠르게 코너를 공략하심에도, 좌우로 요동치는 차체를 컨트롤 하시는 것도, 다 경험으로 체득하셔서
무의식중에 지키고 계셨던 차의 코너링 한계 스피드였던 것입니다.
3. 6:4 코너링 : 이부분은 제 추측입니다.
상대적으로 고속의 완만한 코너는 제대로 공략하셨습니다. 이때 눈치 챘어야 합니다. 다만 좀 급한 코너부터
6:4 코너링을 하셨는데... 아마 이런거 아닐까요? ㅎㅎ 이 코너는 이정도면 되겠지 하고 스윽~ 돌렸는데
엄마야!!! 싶어서 4를 더 돌린...ㅎㅎ 근데 놀라운건 항상 클리핑 포인트는 제대로 짚고가십니다.
도랑같은곳에 살짝 바퀴를 걸치시기도 합니다. 완전 이니셜D 탁미 저리가라였습니다.
4. 결론 :
추월해서 먼저가길 잘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숙련된, 인마일체의 경지에 이른 이번 고수님이,
노면의 굴곡하나하나 다 알정도로 익숙한 길에서, 약주를 안한 상태에서 새마을모자를 쓰시고 적극적인
브레이킹과 엑셀링을 가미하시면서 마법에 가까운 바디컨트롤을 유지하셨다면....
저는 물론이고 세바스티앙 로브가 운전대를 잡았어도 따라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장담합니다.
제가 그분을 따라가고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은 배틀모드가 아니라, 약주걸치신 후 마실모드로
달리셨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손에 땀을쥐고 그 차를 따라가면서 문득 예전 당진에서 서산가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만난 고수가
떠올랐습니다. 그당시 저는 매그너스로 그 도로에서 160키로로 코너를 타이트하게 돌고 있는데, 뒤에 따라오는
대략 99년식~2000년식정도 되보이는 그랜져를 탄 은둔고수께서....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시는데 전 봤습니다.
저는 양손으로 핸들쥐고 긴장하면서 돌고있는 코너를..... 살짝 여유있는 미소를 띄고 따라오시는걸....
제 기억으로는 그때 그랜져도 한쪽으로 엄청 쏠려있었고, 매 코너마다 좌우로 엄청 쏠리는 살벌한 상황이었는데,
그 고수님은 시종일관 미소로 일관하셨습니다... 그 미소가 룸미러 통해서 보일정도로 바짝붙어서...ㅠㅠ
시골에서 연세 있으신 분들께서 운전하시는 대형차... 함부로 따라붙지 맙시다. 은둔고수님의 예기치 못한
드라이빙 테크닉에 기가죽을수도 있습니다. 특히 녹색 스냅백?? 새마을모자일 가능성이 크고,
이때의 정신적 데미지는 더 큽니다.... 덤으로 캬악~~~ 퉤이~~~~~~ 에 이은 엑기스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날 그 엑기스를 맞고 바로 세차하러갔지요..ㅠㅠ밤 열시 넘어서요...ㅠ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오늘 출근했는데 생각보다 한가해서 글을 주절주절 쓰다보니 길어졌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