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오랜만에 모터그래프 자유게시판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 번에는 시승 대신 '전시' 위주로 찾아보았습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는 지난 몇 달간 EQ900를 전시했고, 방학 동안에만 친구들과 벌써 열 번도 넘게 갔다와서 제 집처럼 낯설지 않고 직원분들의 얼굴까지도 외워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다가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메이드 인(ㅅ) 코리아'라는 전시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전시회는 '문화로 산업을 창조한다'라는 주제로, 현대 작가들의 작품, 한식과 한복 등 한국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기업과 협업하여 제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기업연계 협업상품' 코너에서 '기아자동차'의 K9 퀀텀 차량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기아 K9 퀀텀)
기아 K9 퀀텀입니다. K9 퀀텀 모델은 재작년 11월 '더 뉴 K9'이라는 차명으로 출시되면서, 새롭게 추가 된 모델입니다. 기존에 시판되던 K9모델과 비교했을 때, 해외 수출 모델들에만 적용되던 425마력의 '5.0리터 V8 타우'엔진을 적용했습니다.
메쉬형 크롬 그릴 덕분에 초기작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워지고, 테일램프와 트렁크 크롬 가니쉬 디자인 덕분에 후면부도 한 층 간결해졌습니다. 이 외에 몇 가지 편의 사양 등을 추가했지만, 이는 초기 K9 모델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아닙니다.
K9 퀀텀 모델이 이 번 전시회에 소개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관 상으로는 기존 시판차량과는 차이점이 없으며, 바로 내부에 조금은 특별(?)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옻칠' 입니다.
기존의 K9 퀀텀은 리얼 우드 내장재를 제공합니다. 반면, 전시차량은 스티어링 휠과 센터 콘솔, 센터 페시아 등 기존 우드 내장재가 들어가는 곳에 모두 '옻칠 작업'을 거친 내장재가 적용되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의 전반적인 색은 최고급 목재 내장재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옻칠' 장식의 무늬를 가까이서 살펴보면,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유화물감을 물에 떨어뜨려 젓고 이 위에 종이를 덮어내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마블링 기법'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옻과 옻칠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옻칠이 사용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동기 시대 말기, '기원전 3세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옻은 옻나무 줄기와 뿌리 등에서 뽑은 수액이며, 옻나무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국토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옻은 아주 오래 전부터 천연 도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주로 목재 위에 바르는데, 목재의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보호성과 제품의 수명도 길어지게 됩니다.
옻칠은 내열성과 내산성이 우수하고 방충과 방수, 방부 효과가 있으며 전자파를 흡수하고 항균효과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강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옻칠 내장재를 제외하면, 시트나 편의 장비 등은 기존의 K9 퀀텀과 동일합니다. 무엇보다 '옻'이라는 전통 소재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주제를 강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 구역 한 편에는 이 번 K9 퀀텀 차량에 적용된 '옻칠' 내장재 제작자에 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박강용' 장인과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도 같이 재생되었습니다. 영상에서 박강용 장인은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의 감각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전통도 더 아름답고 더 빛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K9 퀀텀과 전통 '옻'의 조화를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나니 신선했습니다. 전통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은, 마호가니 등과 같은 최고급 목재를 내장재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고급차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차에 대해서 관계자 분께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는 이 번 뿐이기 때문에, '옻칠 내장재'를 시판 차량에 소량이라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답변은 예상했던대로 역시나) .. 기아차 관계자는 "언제든 사내에서 이러한 소재를 적용한 차량의 양산 계획을 논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계획은 없다"라고 했으며, 동시에 "옻칠 내장재 제작시간이 최소 약 4개월 정도 소모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량 양산 체계에 도입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라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옻칠 내장재가 시판차에 적용된다면 정말 근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K9의 현재 국내 판매량과 옻칠 내장재의 제작기간, 그리고 어디까지나 전통 소재 '옻'과 K9퀀텀 차량의 콜라보레이션 홍보가 이 전시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로 위에서 '옻칠' 내장재를 적용한 양산차량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옻칠 목재의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아 차량의 가격도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오늘 다녀온, '메이드 인(ㅅ) 코리아' 전시회는 서울과 광주, 부산에서 진행되며, 서울은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이 번 3월 7일 월요일까지 진행되고, 이후 광주에서는 3월 18일부터 3월 23일까지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부산에서는 4월 1일부터 4월 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됩니다. 전시회가 무료 관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마음껏 즐겨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주나 부산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신다면 한국의 전통과 자동차를 만날 수 있는 이 전시회를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 @seunghyunyu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