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신형 크루즈 가격을 터무니 없는 고가로 책정했을 때는
군산 공장 폐쇄를 위한 의도적인 조치로 이해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로 공장이 폐쇄됐죠.
그런데 한국GM이 부활을 하기 위한 전략 차종으로 이쿼녹스를 출시했다는데,
차의 가격을 보고 크루즈의 가격 정책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한국GM은 회사를 되살릴 생각이 있다면, 마케팅 전문가 영입이 가장 시급해 보입니다.
상품의 가격에는 심리적 저항선이 존재합니다.
이쿼녹스를 잘 팔고 싶었다면, 쉐보레는 두 차종을 더 들여왔어야 했습니다.
하나는 옵션이 하나도 없는 속칭 깡통 모델로 (튜닝 매니아들을 위한)
최저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가진 최상급 모델입니다.
250마력이 넘는 가솔린 엔진(캐딜락에도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을 가진 차라면
4천만원을 넘나드는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양 극단에 있는 모델들의 판매량이 많지는 않겠지만, 미국에서 생산을 안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짜피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량을 가지고 와서 라인업을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시승을 할 때에는 250마력이 넘는 가솔린 모델을 시승하겠지만,
실제 구입은 연비가 좋은 1.6 디젤 모델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일부 튜닝 매니아들에게 깡통차를 멋지게 꾸밀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간접 광고 효과도 상당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GM이 쉐보레 자동차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쉐보레가 한국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도 과거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프리미엄급이 된 것도 아니고,
기본기가 좋다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는 항상 부족하기만 했었습니다.
쉐보레에게 가장 필요한 이미지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품질 좋은 자동차'가 아닐까요?
한국GM이 영세한 회사도 아닐텐데,
왜 마케팅 전문가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것인지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쉐보레는 현대차보다 비싸지만 품질이 좋아요를 하고 싶어 하나 봅니다.
사실 현대차보다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차는 많거든요 굳이 쉐보레를 선택할 이유가 없죠